
아이들은 즐겁다 (방임과 성장, 우정의 여정, 이진아 OST)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평점 9.9를 기록한 동명 웹툰의 감동을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대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를 따뜻하면서도 아프게 그려냅니다.
방임 속에서도 씩씩한 아이, 다이가 처한 현실
영화의 주인공 다이는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등학생입니다. 엄마는 병원에서 지내고 있으며 집에 돌아올 기약이 없고, 아빠는 화물 허브 일로 바빠 집에 거의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 결과 다이는 하루를 혼자서 보내는 날이 많습니다. 영화는 초등학생인 다이가 세탁기 앞에 서서 작동법도 모른 채 물에 젖어 무거워진 빨래를 홀로 감당하는 장면을 통해,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책임이 떠넘겨졌는지를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학교에서는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 등교한 다이에게 앞자리 아이가 냄새가 난다고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다이는 민망하고 당혹스럽지만 고개조차 들지 못합니다. 받아쓰기 시간에도 다이는 눈치를 보며 점수를 숨기려 하고, 반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도 쉽게 자신의 형편을 털어놓지 못합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이가 씩씩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돌봐줄 어른이 주변에 없기 때문에 혼자 견딜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빠가 100점짜리 시험지를 보고 칭찬하는 장면, 하나 남은 소시지를 서로에게 양보하는 장면처럼 가족 사이에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엄마의 건강 문제와 아빠의 부재로 인해 다이는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 다이의 옷차림과 생활 상태를 보면서도 왜 더 일찍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아이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닌데, 어른들이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보고 지나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혼자서 강해지는 법이 아니라, 힘들 때 도움을 청해도 된다는 믿음을 심어줄 어른 한 명이었을 것입니다.
우정의 여정, 인천에서 충청도까지 떠나는 네 아이의 모험
다이의 곁에는 유진과 민호, 그리고 나중에 합류하는 재경이 있습니다. 유진과 민호는 다이의 형편을 따지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었고, 비밀기지를 함께 만들며 아지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버려진 장소, 좁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아늑함과 두근거리는 설렘을 느낍니다. 이 장면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동네 삼총사와 함께했던 비밀 기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다이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재경은 질투와 오해로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이가 엄마를 보기 위해 충청도에 있는 병원으로 향하기로 결심했을 때, 재경도 뒤돌아서다가 결국 합류합니다. 어른보다 빠르게 잘못을 깨닫고 다시 손을 내미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다이는 엄마가 좋아했던 화분에 핀 노란 꽃을 손에 들고 병원 주소를 찾아냅니다. 그러나 주소는 충청도, 다이의 집은 인천입니다. 아홉 살 아이에게 그 거리는 프로도가 떠났던 반지의 원정만큼 멀고 험난합니다. 네 아이는 거금 15만 원을 모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합니다. 버스를 갈아타다 제자리를 뺑뺑 돌기도 하고, 담임선생님과 마주치는 위기 속에서 재경의 애드리브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기도 합니다.
이 여정은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아홉 살 아이들이 어른 몰래 인천에서 충청도까지 이동하는 상황은 길을 잃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영화가 아이들의 용기와 우정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 위험성이 다소 가볍게 표현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엄마에게 달려가는 다이의 마음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많은 학원이나 좋은 성적보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어른과 따뜻한 친구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이진아 OST와 원작 웹툰이 완성한 영화적 감동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의 음악감독은 K팝스타 시즌 4 출신의 이진아입니다. 이진아가 만든 OST는 아이들을 주제로 한 영화의 정서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본 후 OST를 다시 들으면 행복해지는 사운드로 가득하다는 평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수채화처럼 알록달록한 영상미와 이진아의 음악이 결합되어,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들은 더욱 따뜻하고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이 영화는 이용하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평점 9.9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원작 웹툰은 단순한 그림체이지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원작에는 엄마가 다이에게 남기는 슬픔의 나무라는 동화가 등장하는데, 이 장면이 독자들의 눈물을 뽑아낸다는 평이 많습니다. 영화에서는 원작과 다른 동화가 등장하며, 원작의 그림체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으로 마지막 장면을 표현해 마음속 깊이 남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지원 감독은 어린이 배우들이 상황과 감정에 익숙해져버리는 것을 우려해 시나리오를 배우들에게 전달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대신 3개월의 사전 준비 기간 동안 시나리오 속 감정과 비슷한 상황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주연인 이경운 군은 다이처럼 차분한 성격이 아닌 밝고 왈가닥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이지원 감독은 오히려 그 점이 캐릭터를 더 확장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재경이라는 이름은 원작 웹툰에서 캐릭터의 호칭이 '안경'이었는데, 감독이 작가에게 이름을 요청하자 안재경으로 알려줘 영화에서 재경이 되었다는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아이들의 순수함 뒤에 감춰진 외로움과 가족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엄마에게 건네려는 노란 꽃 한 송이에 담긴 다이의 간절한 마음은,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간절한 소원일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아이를 위한 어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를 5월 5일, 아이와 함께 꼭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IaVTL08U7w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