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도감 리뷰 (미성년자 보호, 가족의 의미, 책임감)
영화 〈어른도감〉은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겨진 14살 소녀 경언과 갑작스럽게 나타난 삼촌 재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조금씩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어른다움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영화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경언, 미성년자 보호의 빈틈을 드러내다
영화는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소녀 경언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경언은 슬픔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삼촌 재민이라는 낯선 어른과 함께 살게 됩니다. 처음 보는 삼촌이 아버지와 막역한 사이였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언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통장 비밀번호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재민은 등장하자마자 경언의 통장과 돈에 관심을 보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아이의 재산에 접근하려는 모습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믿어도 되는지 의심해야 하는 경언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누가 진짜 보호자이고, 누가 보호받아야 할 사람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영화가 코믹한 방식으로 이 상황을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경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학교나 복지기관에서는 아이의 생활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영화 속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미성년자가 홀로 남겨졌는데도 친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재민에게 쉽게 맡겨졌다면, 이는 보호 체계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미성년자가 갑자기 보호자를 잃었을 때 작동해야 할 안전망은 어른 한 사람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습니다. 아이의 재산과 생활을 안전하게 관리해 줄 제도적 보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언이 통창을 통해 재민과 대화하고, 혼자 은행 주차장까지 돈을 찾으러 가는 장면들은 영화 속 웃음 포인트로 연출되었지만, 이면에는 아이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던 씁쓸한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어른의 거짓말을 간파하며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은, 결코 당연하거나 귀여운 일이 아닙니다. 경언이 야무지고 현실적인 아이로 보이는 이유는 사실 믿고 의지할 어른이 곁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민의 연애 사기와 가족의 의미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재민은 처음부터 조카 경언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무책임한 어른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언을 이용해 싱글대디인 척하며 새로운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 연애 사기 행각까지 벌입니다. 영화는 재민이 등산 동호회에 들어가 여성에게 접근하고, 경언이라는 아이를 일종의 소품처럼 활용하여 사람 좋은 아빠처럼 보이려는 장면을 코믹하게 그립니다.
그러나 아무리 영화가 코믹하게 표현하더라도, 재민의 행동이 경언에게 줄 수 있는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어린 조카에게 가족의 따뜻함을 제공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뒤로는 돈을 챙기고 사기 행각의 도구로 아이를 이용하는 태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철이 없다고 해도, 미성년자를 자신의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삼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경언이 재민의 연애 사기 과정에 이용되면서도 오히려 상황을 똑똑하게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른보다 현실적이고 눈치가 빠른 경언의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동시에 어린아이가 너무 일찍 세상을 배운 것 같아 마음이 아파지기도 합니다. 아이는 원래 어른의 거짓말을 간파하며 스스로를 지키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안전하게 보호받고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재민이 저지른 잘못들이 이후의 가족애와 감동적인 변화만으로 쉽게 용서되는 듯한 전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진심으로 변했다면 말로 미안하다고 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돈을 돌려주고, 경언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더 필요했을 것입니다. 관계를 통해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소중하지만, 그 변화가 설득력을 갖추려면 행동으로 책임지는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진 배신은 낯선 사람의 그것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책임감의 이야기
영화 〈어른도감〉이 단순한 코미디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재민과 경언이 함께 지내며 서로를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재민은 경언에게 밥을 해주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조금씩 정을 쌓아갑니다. 처음에는 돈과 이해관계로 시작된 동거였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진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경언 역시 재민을 계속 의심하면서도, 어딘가에는 가족으로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겨진 아이에게,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곁에 있어주는 어른의 존재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지내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웃음 속에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은 외로운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씁쓸하기도 합니다.
재민은 경언을 통해 비로소 책임감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조카가 자신을 향해 가족으로 믿고 싶다는 눈빛을 보낼 때, 그 시선이 재민을 조금씩 변화시킵니다. 경언은 재민을 통해 다시 누군가를 믿을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가족이란 피가 이어졌다고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약속을 지키는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영화 제목인 〈어른도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질문입니다.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가. 나이가 들었다고, 말투가 능숙하다고 어른인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자신이 보호해야 할 사람을 실제로 보호하는 태도가 어른다움의 기준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재민과 경언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재민이 진정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단지 경언에게 밥을 해주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는지, 주변의 어린 사람들에게 믿을 만한 어른으로 행동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영화 〈어른도감〉은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함께 지내며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어른다움은 나이가 아닌 행동과 책임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재민과 경언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믿을 만한 어른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하고도 냉정한 거울입니다.
[출처]
영화 〈어른도감〉 유튜브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6yWk4nQql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