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우리들 리뷰 (선과 지아의 우정, 학교폭력 구조, 어른의 역할)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은 들꽃 영화제 대상,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 등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사건 없이도 아이들의 작은 표정과 말 한마디로 외로움과 우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감정의 소용돌이를 생생하게 되살립니다.
선과 지아의 우정, 그 설렘과 균열
영화 〈우리들〉의 주인공 선은 학급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소녀입니다. 선을 밟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이 그녀를 밖으로 내보내는 장면은, 따돌림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무감각하게 이루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선은 보라의 생일파티에 끼고 싶은 마음에 청소 당번인 보라 대신 청소를 해주기도 하고, 직접 만든 팔찌를 선물로 준비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같이 어울리고 싶다는 마음뿐인데도 인정받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모습은, 어린 시절 친구 한 명의 말과 표정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던 그 감각을 고스란히 불러일으킵니다.
그런 선에게 전학생 지아는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존재로 등장합니다. 길을 헤매던 지아에게 선이 길을 안내해 주면서 시작된 둘의 인연은, 함께 놀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팔찌를 나누는 과정을 거치며 진짜 우정으로 깊어집니다. 지아는 선을 위해 색연필을 훔쳐 달아날 만큼 선을 아끼고, 선은 보라에게 선물하려던 팔찌를 지아에게 건네며 마음을 표현합니다. 밤새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고, 엄마가 싸준 오이 김밥을 나누는 장면들은 진짜 친구를 처음 만난 아이들의 설렘을 따뜻하게 전달합니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되자 지아는 보라와 가까워지고, 선에게는 냉랭한 표정을 돌립니다. 지아 역시 이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반에서 힘 있는 보라와 어울리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을 가장 따뜻하게 받아준 선을 외면하고 상처 주는 행동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우정의 증표였던 팔찌를 끊어버리는 선의 모습은, 그 씁쓸함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는 장면으로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윤가은 감독은 아역 배우들에게 배분이 아닌 대화로, 연기가 아닌 역할극으로 장면을 풀어나가도록 지도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선과 지아의 우정과 균열은 어떤 과장도 없이 아이들의 진짜 표정처럼 느껴집니다. 감정의 소용돌이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한마디, 외면하는 눈빛, 자리를 피하는 발걸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 영화는 정확히 포착합니다.
학교폭력의 구조,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
〈우리들〉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선도 지아도 완전한 피해자이기만 하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 선은 지아의 가정사, 즉 부모님의 이혼과 이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비밀을 친구들 앞에서 폭로합니다. 지아 역시 선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사실을 칠판에 적어 가장 아픈 부분을 공격합니다. 두 아이가 서로의 비밀을 무기로 사용하며 상처를 주는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마음 아픈 순간입니다. 가까운 친구였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말에 가장 아파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싸움은 더 잔인해집니다. 상처받았다고 해서 상대의 상처를 드러내는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감정적으로 납득하게 만듭니다.
보라의 역할도 단순한 악역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보라는 반에서 힘이 있다는 이유로 선과 지아를 번갈아 따돌리고, 주변 친구들은 보라의 눈치를 보며 함께 행동합니다. 그러나 시험에서 지아에게 1등을 빼앗긴 뒤 혼자 울고 있는 보라의 모습에서는, 보라 역시 경쟁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선이 자신을 괴롭혔던 보라에게 망설임 끝에 휴지를 건네는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선은 보라의 행동을 용서해서가 아니라, 울고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본래의 마음으로 행동한 것입니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선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인지를 관객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은 특별히 나쁜 아이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힘 있는 아이에게 맞추는 친구들, 모른 척하는 주변 사람들, 규칙이 아닌 분위기가 지배하는 교실의 구조가 함께 작용합니다. 동생 윤이 맞으면서도 계속 같이 놀려고 하는 이유를 묻자 "그럼 언제 놀아?"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그 구조 안에서도 관계를 포기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누가 완전히 나쁘고 누가 완전히 착한지를 나누기보다, 외로움과 두려움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이 이 영화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어른의 역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진 상처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의문으로 남은 것은 선생님과 부모들이 아이들의 관계 변화를 왜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교실에서 특정 아이가 계속 혼자 남고, 냄새가 난다는 놀림을 받으며, 친구들의 비밀이 칠판에 버젓이 적히는 상황이라면, 어른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아이들끼리 해결해야 할 사소한 다툼으로만 생각하면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선의 엄마는 동생 윤을 챙기기에 바빠 선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못합니다. 지아의 할머니는 지아가 이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새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복될 수 있는지를 미리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지아와 보라가 다툰 이후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데 집중했지만, 아이들이 왜 서로를 공격하게 되었는지를 차분히 들어주는 시간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 한 번의 대화가 달랐다면 결말이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어른들이 의도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바쁘고 피곤하고 아이의 세계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개입의 시기를 놓친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 한 명의 말과 표정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이 받은 상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어른의 눈에 사소해 보이는 일이 아이에게는 하루 전체를 무너뜨리는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선이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 사이에서 지아가 다시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용기를 내는 장면은, 이 영화 전체의 무게를 한 장면으로 응축합니다. 선은 지아에게 여전히 화가 나 있고, 용서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발을 내딛는 것은, 누군가가 혼자 남겨지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놓친 그 자리를, 아이가 스스로 채운 것입니다.
영화 〈우리들〉은 화려한 사건 없이도 작은 표정과 말 한마디로 아이들의 외로움과 우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학교폭력은 특별히 나쁜 아이 한 명의 문제가 아니며, 힘 있는 아이에게 맞추는 분위기와 어른의 무관심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말합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혼자 있는 누군가를 외면했던 순간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오래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출처]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h_7TE_Q39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