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1 올빼미 (소현세자, 주맹증, 인조)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소현세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인조의 아들, 청나라에 볼모로 갔다 돌아온 세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 「올빼미」를 보고 나서야 그 죽음 뒤에 얼마나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역사 기록의 빈틈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 작품인데, 보고 나서 실제 조선왕조실록까지 찾아보게 만든 영화는 오랜만이었습니다.소현세자의 죽음, 역사는 무엇을 기록했나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히 "독살 의혹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실록에는 실제로 소현세자의 시신에서 칠규(七竅), 즉 눈·귀·코·입 등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2026. 8. 18. 귀공자 줄거리 (코피노, 심장이식, 반전결말) 피를 나눈 아버지가 아들의 심장을 노린다면, 그게 과연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영화 「귀공자」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필리핀 혼혈 청년 마르코가 아픈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려다 한국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잔인하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코피노라는 단어가 무기가 되는 순간영화는 갱단을 제압하는 정체불명의 사신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마르코가 등장하죠. 뛰어난 격투 실력을 가졌지만, 그가 그 능력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어머니의 수술비.저는 이 설정이 단순한 서사 장치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돈이 절실할 때 사람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마감이 급박.. 2026. 8. 18. 리바운드 영화 후기 (포기, 팀워크, 실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스포츠 영화겠거니 하고 틀었는데, 중반부터 자꾸 멈추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부산중앙고 농구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리바운드」는 선수도, 코치도, 팀도 전부 바닥에서 시작합니다. 그 바닥에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건드렸습니다.해체 직전 팀,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채울 때가 있습니다. 노력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고, 주변에서도 그냥 접으라는 분위기일 때요. 「리바운드」의 강양현 코치가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전국 대회 MVP 출신이지만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 코치가 된 강양현은, 처음부터 최악의 조건을 안고 시작합니다. 부산중앙고 농구부는 선수도 .. 2026. 8. 17. 파일럿 영화 리뷰 (직업과 가족, 성차별, 재도전) 잘나가는 파일럿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면, 그게 과연 본인만의 문제일까요? 영화 「파일럿」을 보면서 저는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직업, 가족, 성별 편견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코미디인데, 웃다가 어느 순간 멈추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직업과 가족 — 열심히 일한다는 착각파일럿이라는 직업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전문직입니다. 항공기 기장(Captain)은 국토교통부 항공종사자 자격증명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실제 비행 경력까지 수천 시간이 쌓여야 자격이 주어집니다. 여기서 기장이란 항공기 운항 전반을 책임지는 최고 책임 조종사를 의미합니다. 그만큼 자부심이 강할 수밖에 없고, 영화 속 주인공도 그 자부심이 너무 크다 보니 실언 한 번에 무너진 충격이 .. 2026. 8. 17. 탈주 리뷰 (자유, 선택, 이제훈) 10년을 버텼는데, 제대하면 자유로울 줄 알았습니다. 영화 의 규남이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두던 날, 드디어 내 삶을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누군가가 이미 다음 길을 정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250만 관객이 이 영화에 열광한 이유, 제가 직접 겪어보니 단순한 탈출 액션이 아니었습니다.자유란 뭔지, 규남이 10년 만에 물었다영화는 꽤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탈주를 꿈꾸는 북한군 규남(이제훈)이 10년 군 복무를 마치고도 정작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는 장면, 저는 그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군대장 동지 없이 어찌 사냐며 만류하는 동료들, 사단장 직속 보좌로 배치하겠다는 상관. 규남은 제대 이후에도 여전히 누군가의 계획 안에서만 존재해야 했.. 2026. 8. 17. 영화 잠 리뷰 (수면장애, 불안심리, 귀신) 가족 중 한 명이 자다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먼저 병원을 가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의심해야 할까요. 영화 「잠」은 바로 그 경계에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수면장애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수면장애인가, 귀신인가 — 영화가 던진 첫 번째 질문영화를 보기 전, 저는 이 작품이 전형적인 귀신 공포영화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출발점은 꽤 의학적이었습니다. 남편이 자다가 뜬금없이 걸어다니고,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꺼내 먹고,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영화 속 의사는 이 증상을 램수면 행동 장애(RBD)로 진단합니다.여기서 램수면 행동 장애(RBD, REM Sleep Behavior Disorder)란, 수면 중 꿈의.. 2026. 8. 16.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5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