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13 그녀가 죽었다 (구정태, SNS 허상, 누명)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이 자신 있게 건넨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거래처 담당자가 확신에 차서 설명하는 걸 듣고 그냥 넘어갔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제가 직접 검토했어야 할 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영화 를 보다가 그 기억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거든요.구정태라는 캐릭터, 웃기지만 선 넘는 사람공인중개사 구정태는 직업상 고객의 집 열쇠를 맡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그 열쇠로 남의 집을 몰래 들락날락합니다. 스스로는 "나쁜 짓은 절대 안 한다"고 되뇌지만, 고장난 장롱 문을 몰래 고쳐 놓거나 전구를 갈아 끼우는 행동 자체가 이미 명백한 불법 침입입니다.여기서 잠깐 짚.. 2026. 8. 27. 댓글부대 (여론조작, 온라인리뷰, 조작의심) 내가 지금 믿고 있는 댓글이 실제로는 누군가 돈을 받고 쓴 글이라면 어떨까요. 영화 《댓글부대》를 보면서 제가 쿠팡에서 상품을 직접 판매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좋은 상품인데도 악성 리뷰 하나에 판매량이 반토막 났던 그 경험이, 영화 속 조작된 여론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조작은 항상 '작은 것'처럼 시작됩니다영화 속 청년들이 처음 한 일은 SNS 명품 인증샷에 허세 문구를 써 붙이고, 특정 담배 제품을 교묘하게 노출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른바 스텔스 마케팅(Stealth Marketing)이라고 불리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스텔스 마케팅이란 광고임을 숨긴 채 일반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게시물처럼 위장해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상업적 기법을 말합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도 실제 구매 심리에는 강하게 .. 2026. 8. 27. 전지적 독자 시점 (세계관, 생존 시나리오, 김독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아무도 안 읽던 웹소설이 현실이 되고, 그 유일한 독자가 세상을 구하는 열쇠가 된다는 설정 — 처음엔 그냥 판타지 액션물이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온라인 판매를 막 시작했을 때 겪었던 막막함이 겹쳐 보였거든요. 경험이 곧 공략법이 된다는 감각, 이 영화가 그걸 꽤 정확하게 건드립니다.10년 독자만 아는 세계관, 그 밀도가 만만치 않습니다영화는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웹소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주인공 김독자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그 소설을 읽어온 유일한 독자입니다. 연재 초반에는 나름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설정이 과하다는 이유로 독자들이 떠났고, 결국 김독자 혼자만 남게 됩니다.. 2026. 8. 27. 파과 리뷰 (노화와 직업, 살인의 윤리, 경험의 가치) 나이가 든다는 게 정말 '능력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말일까요? 저는 오랫동안 대형 화물차를 몰아온 사람으로서, 이 질문이 단순한 영화 감상 소감이 아니라 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파과》는 40년 경력의 60대 킬러 조각이 조직 안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액션보다 훨씬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노화와 직업 — 경험은 정말 쓸모없어지는가영화 속에서 조각은 한때 '손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전설적인 킬러입니다. 40년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는 설정인데, 지금은 후배 킬러들에게 '대모님'이라 불리면서도 내심 한물간 인물 취급을 받습니다. 어플로 의뢰를 처리하는 게 당연한 시대에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다는 이유로요.제가 직접.. 2026. 8. 26. 어쩔 수가 없다 (구조조정, 자기합리화, 이병헌) 저도 처음엔 그냥 이병헌 주연의 블랙코미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극장을 나오는 순간, 웃었던 장면들이 하나씩 다시 떠오르면서 전혀 웃기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더 액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이후 무너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실직 영화라고 하면 눈물과 감동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 기대를 보기 좋게 비틀어 버립니다.구조조정이라는 도끼질, 제가 실감한 이유영화는 한 가족이 넓은 마당에서 바베큐를 즐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안정된 직장, 아름다운 아내, 아들과 딸, 반려견까지. 유만수라는 인물이 누리는 삶은 많은 중년 남성들이 상상하는 완성형 그림입니다. 그런데 20년.. 2026. 8. 26. 하얼빈 영화 리뷰 (안중근, 단지동맹, 이토 히로부미) 영화 「하얼빈」이 개봉 이틀 만에 누적 관객수 125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솔직히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극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중근 의사 이야기라면 학교 교과서에서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니 긴장감이 없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직접 보고 나니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포로 석방 논쟁, 그리고 안중근이 선택한 만국공법영화에서 저를 가장 오래 붙들었던 장면은 화려한 총격전이 아니었습니다. 함경북도 신아산 전투가 끝난 직후, 부상당한 일본군 포로들을 앞에 두고 안중근이 내리는 선택이었습니다. 항복한 적병을 살려 돌려보내는 그 결정 앞에서 저는 솔직히 두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맞다'는 생각과 '저게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판단인가'라는 의문이 뒤섞였습니다.안중근이 내세.. 2026. 8. 26. 이전 1 ··· 6 7 8 9 10 11 12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