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12 나의 독재자 (국가폭력, 정체성상실, 부성애) 가족과 오랫동안 마음의 거리를 두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거리가 너무 당연해져서 좁히는 방법조차 잊게 됩니다. 저도 그런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영화 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국가 권력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어떻게 빼앗는지, 그리고 그 잔해 속에서 가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정면으로 다룹니다.국가폭력이 만들어낸 정체성 상실성근은 8년째 극단에 몸담은 무명배우입니다. 가족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별 볼 일 없는 단역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그에게 연극과 교수의 오디션 제안은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그런데 도착한 곳이 군부대였습니다. 고문을 견디고 나서 들은 말이 "오디션 합격을 축하한다"는.. 2026. 8. 5. 한산: 용의 출현 (학익진, 이순신 전략, 한산도 대첩) 불리한 조건 앞에서 '일단 기다려 보자'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저는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바로 그 순간을 1592년 한산도 앞바다에서 꺼내 보여줍니다. 이미 육지는 무너졌고, 왕은 의주로 피난한 상황. 조선 수군이 마지막 선이었습니다.학익진과 한산도 대첩 — 전략의 실체임진왜란이 시작된 1592년, 왜군은 단 20일 만에 한양을 점령했습니다. 육상에서의 전세는 사실상 일방적이었고, 선조는 결국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밀려났습니다. 이 상황에서 바다마저 내준다면 조선에는 말 그대로 더 이상 물러설 땅이 없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이 꺼내 드는 핵심 전술이 바로 학익진(.. 2026. 8. 5. 자산어보 (지식 콜라보, 실사구시, 신분 초월) 자산어보는 완성까지 십수 년이 걸린 책이고, 척추골 수로 어종을 분류하는 방법은 19세기 후반에야 서구 학계에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정약전은 그보다 수십 년 앞서 이 방식을 이미 쓰고 있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유배지 섬에서 그게 가능했는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지식 콜라보 — 신분이 달랐던 두 사람이 만든 기록저도 예전에 저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배운 경험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학력도 달랐고, 일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저는 자료와 수치를 먼저 챙겼고, 그 사람은 몸으로 익힌 감각을 더 믿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제가 알던 지식으로는 풀리지 않는 .. 2026. 8. 4. 영화 사도 리뷰 (부자 갈등, 임오화변, 정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제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영화 는 조선 21대 왕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 사이의 비극을 다룬 작품입니다. 1762년 임오화변, 즉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사건을 중심으로, 권력과 기대 사이에서 무너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왕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던 건, 그 안에 담긴 감정이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아버지의 기대가 사랑이 되지 못했던 배경일반적으로 엄격한 부모는 자식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저도 어릴 때 무엇을 해도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더 잘하면 인정받을 거.. 2026. 8. 4. 오! 문희 (나문희, 치매가족, 뺑소니수사) 솔직히 저는 가족이 같은 말을 반복할 때 짜증부터 냈습니다. 그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는 한참 뒤에야 알았고요. 영화 '오! 문희'를 보면서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뺑소니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는 이야기인데, 웃기고 긴장되고 결국 가슴이 먹먹해지는 작품입니다.나문희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는 영화이 영화의 제목이 왜 '오! 문희'인지 아시나요? 극 중 어머니 이름이 '오문희'인데, 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바로 나문희입니다.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나문희 배우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하니, 처음부터 이 영화는 나문희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작품이었던 셈입니다.'오! 문희'는 2017년 롯데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으로, 정세교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데뷔.. 2026. 8. 4. 영화 엑시트 (취업난, 클라이밍, 재난탈출) 솔직히 저는 엑시트를 처음 봤을 때 그냥 가볍게 웃고 끝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난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뭔가 억지스럽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이 산악부 시절 익힌 클라이밍 실력으로 가족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절 제 기억과 겹쳐서 생각보다 훨씬 깊게 남았습니다.취업난 청년의 이야기가 재난 영화에서 통하는 이유일반적으로 재난 영화의 주인공은 소방관이나 군인처럼 위기 대응 능력이 이미 검증된 인물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엑시트는 그 공식을 정반대로 뒤집어서 오히려 더 강하게 와닿았습니다.주인공 이용남은 취업 준비생입니다. 가족 모임에서는 대놓고 무시당하고, 조카에게도 은근히 얕보이는 캐릭터입.. 2026. 8. 3.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2 다음